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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바실리 대성당의 알록달록 돔

by 생각가든 2025. 3. 30.

성 바실리 대성당

모스크바 붉은 광장 끝자락에 우뚝 솟은 성 바실리 대성당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건축물 중 하나입니다. 마치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형형색색의 돔은 전 세계 여행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이 독특한 디자인은 단순히 미적인 요소를 넘어서 역사적, 종교적, 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으며, 러시아 정교회와 제정 러시아 시대의 상징으로도 평가받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성 바실리 대성당의 역사, 돔의 건축 양식, 그리고 그 색채와 상징성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1. 성 바실리 대성당의 역사적 배경

성 바실리 대성당은 이반 4세, 즉 이반 뇌제가 카잔 칸국 정복을 기념하기 위해 1555년에 착공하여 1561년에 완공한 러시아 정교회의 성당입니다. 정식 명칭은 ‘복되신 성모 승천 대성당’이지만, 성 바실리라는 이름은 16세기 당시 모스크바에서 활동하던 성 바실리 축일과 그의 기적적인 행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성 바실리는 당시 백성들 사이에서 존경받던 성자로, 대성당이 그의 무덤과 인접해 있다는 점에서 이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대성당은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 남쪽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으며, 러시아 황제의 권위를 상징하는 동시에 종교적 신성함을 함께 보여주는 이중적 상징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반 뇌제는 당시 러시아 내 정치적, 종교적 권위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 성당을 건축하였고, 이는 당시 유럽의 대성당들과 유사한 국가권력의 상징적 건축양식에 해당합니다. 또한, 성 바실리 대성당은 9개의 독립된 예배당이 하나의 중심 공간으로 통합된 형태를 취하고 있어, 전통적인 서유럽의 일자형 대성당 구조와는 전혀 다른 독특한 공간 구성을 보여줍니다. 이는 러시아 건축의 독자성과 종교적 다양성을 반영한 결과로 평가됩니다.


2. 알록달록 돔의 건축 양식과 구조

성 바실리 대성당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각기 다른 색과 형태를 지닌 9개의 돔입니다. 이 돔들은 양파 모양(오니언 돔)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러시아 정교회 건축양식의 대표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각각의 돔은 하나의 예배당을 상징하며, 서로 다른 색채와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각적 충격과 경이로움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돔의 형태는 전통적인 비잔틴 양식에서 유래되었지만, 러시아식으로 변형된 것입니다. 특히 날카롭게 뻗어 있는 첨탑형 양파돔은 하늘을 향한 인간의 경외심을 상징하며, 색상의 다양성은 하느님의 창조성과 무한함을 표현합니다.

 

이 돔들은 건축기술적으로도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어, 서로 무게 중심을 분산시켜 전체 건물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각 돔의 패턴이 모두 다르다는 것입니다. 어떤 돔은 꼬불꼬불한 선으로 장식되어 있고, 또 다른 돔은 마치 사탕처럼 소용돌이치는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러시아 전통 민속 미술에서 자주 나타나는 패턴을 차용한 것으로, 종교성과 민속성이 절묘하게 결합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성 바실리 대성당의 돔은 단순히 외관 장식에 그치지 않고 내부 구조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예배 공간의 채광과 공기 흐름에도 영향을 미치는 기능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돔의 구조는 러시아 특유의 기후적 조건과 건축 환경을 고려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3. 색채와 문양이 가진 상징성

성 바실리 대성당의 돔을 보고 있으면, 마치 사탕가게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다채롭고 밝은 색이 눈에 띕니다. 이 화려한 색채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각각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붉은색은 열정과 희생, 초록색은 생명과 부활, 파란색은 하늘과 신성함을 뜻하며, 금색은 신의 영광과 권위를 상징합니다. 돔에 사용된 문양 또한 단순한 미적 요소가 아니라 러시아 정교의 상징들과 민속적인 전통이 혼합된 결과입니다. 소용돌이, 다이아몬드 패턴, 줄무늬 등 다양한 문양은 각 성인의 상징이거나 특정 종교 축일과 관련된 전통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같은 디자인은 예배자들에게 시각적으로 종교의 깊이를 상기시키는 도구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색과 문양의 조화는 정치적 의미도 지닙니다. 이반 뇌제가 이 건축을 통해 다양한 민족과 종파를 포용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하고자 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성 바실리 대성당은 단순한 종교 건축을 넘어, 종교적 권위, 예술적 창의성, 정치적 상징성이 복합된 역사적 예술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색채감은 20세기 들어 재도색되면서 더욱 선명해졌는데, 이는 관광객들에게 시각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다채로운 돔은 결국 러시아의 복합적인 역사와 문화, 종교의 상징적 산물로서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배경이 되었습니다.


성 바실리 대성당의 알록달록 돔은 단순히 눈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외형을 넘어, 역사와 신앙, 예술과 상징이 융합된 걸작입니다. 러시아 건축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 대성당은 러시아를 방문하는 이들이 꼭 들러야 할 명소이자,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문화유산입니다. 앞으로도 이 돔이 가진 의미를 되새기며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아름다움을 직접 마주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