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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헨지, 고대인의 천문대?

by 생각가든 2025. 3. 30.

스톤헨지

스톤헨지는 영국 윌트셔 평야에 위치한 신비로운 거석 구조물로, 수천 년 전 고대인들이 어떻게 이런 거대한 돌을 옮기고 배치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고대 문명과 과학이 만나는 지점에서 스톤헨지는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천문학적 지식과 의식을 담은 공간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과연 스톤헨지는 고대인의 천문대였을까?


1. 고대 건축의 경이로움, 스톤헨지의 구조와 조성 시기

스톤헨지는 약 5000년 전인 신석기 시대 말기부터 청동기 시대 초기에 걸쳐 조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름 약 100미터의 원형 구조를 갖춘 이 유적은 거대한 사르센석과 블루스톤이라는 두 가지 종류의 돌로 이루어져 있으며, 일부는 웨일스 지방에서 200km 이상 떨어진 지역에서 운반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시의 도구나 운반 수단을 고려했을 때, 이런 대규모 작업이 가능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움을 자아낸다. 스톤헨지의 구조는 단순한 원형 배열을 넘어 복잡한 배치와 천문학적 정렬을 포함한다. 중심에는 ‘트릴리톤(trilithon)’이라는 두 개의 수직석과 그 위에 얹힌 수평석으로 이루어진 구조물이 있고, 그 주위를 둘러싼 다양한 크기의 석재들은 특정한 패턴과 간격을 따른다.

 

고고학자들은 이 배치가 단순한 의례 목적을 넘어, 특정한 시점의 해나 달의 위치와 연관되어 있다고 분석한다. 구조 외에도 조성 방식 역시 주목할 만하다. 예를 들어, 돌들을 고정하기 위해 조인트 기술이나 홈-돌기 맞춤 방식을 사용한 흔적이 있으며, 이는 선사시대 기술로는 매우 고도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스톤헨지는 당시의 건축 기술, 물류 능력, 사회 조직력 등이 총체적으로 동원된 결과물로 볼 수 있으며, 단순한 종교적 장소 이상으로 그 의미가 확장된다.


2. 천문학적 정렬, 해와 달을 관측하는 도구였을까?

스톤헨지가 단순한 기념비적 유적이 아니라 고대인의 천문대 역할을 했다는 주장은 오랜 연구와 관찰에서 비롯되었다. 특히 스톤헨지의 입구 방향이 하지 일출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은 많은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매년 6월 21일, 하지가 되면 해가 스톤헨지 입구 방향에서 떠오르며, 이 광경은 현대에도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은다. 이뿐만 아니라, 유적지 내의 여러 석재들이 특정 천문 주기를 기준으로 배치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예컨대, 56개의 오브리 홀(Aubrey Hole)은 달의 이심률이나 일식 주기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있으며, 이를 통해 고대인들이 정밀한 천체 주기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가설이 제시된다.

 

또한, 석조의 간격과 배치가 춘분과 추분, 동지 등의 주요 천문 현상과도 관련 있다는 연구도 다수 존재한다. 고고학과 천문학이 융합된 아스트로아키올로지(astroarchaeology) 분야에서는 스톤헨지를 단순한 우연이 아닌, 철저한 계산과 관측에 기반한 구조물로 본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일부 학자들은 석재 배치가 너무 다양하고 혼란스러워, 특정한 패턴이나 주기성과 연결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그러한 반론조차 스톤헨지가 단순한 묘지나 제단 이상의 기능을 가졌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못한다.


3. 신비와 이론의 교차점, 스톤헨지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

스톤헨지를 둘러싼 수많은 이론들은 이 유적이 가진 다층적인 성격을 보여준다. 고대인의 천문대일 수 있다는 주장은 물론이고, 신성한 의례 공간, 왕족의 무덤, 외계 문명의 흔적이라는 주장까지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이러한 이론들은 대체로 스톤헨지의 위치, 구조, 주변 유적들과의 관계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어, 스톤헨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에이브버리(Avebury)나 실버리 힐(Silbury Hill) 같은 거석 유적들과의 연결성은 이 지역 전체가 하나의 종교적 혹은 과학적 복합지구였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또한, 최근에는 스톤헨지 아래에 숨겨진 또 다른 구조물의 흔적이 발견되면서, 이 유적의 기능이 단일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오컬트적인 시각에서는 외계 문명이 개입했다는 주장도 꾸준히 등장한다. 이들은 스톤헨지의 정밀한 배치와 거대한 돌 운반 능력, 수천 년간 남아있는 구조적 안정성을 근거로 제시한다. 물론 과학적으로 입증되진 않았지만, 스톤헨지가 전 세계 수많은 고대 거석 유적과 유사한 패턴을 가진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비교 대상이 되기도 한다. 결국 스톤헨지는 그 자체로 하나의 수수께끼이며, 해석의 여지를 무한히 제공하는 문화적 코드이기도 하다. 단순히 과거의 유산을 넘어, 인간이 우주와 자연을 어떻게 이해하고자 했는지에 대한 깊은 사유를 유도하는 구조물인 것이다.


스톤헨지는 아직도 많은 비밀을 간직한 채 우리 앞에 서 있다. 고대의 지식과 의식을 품은 이 유적은 단순한 돌무더기가 아닌, 인간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만든 최초의 과학적 시도일 수 있다. 수천 년 전의 지혜와 미스터리가 담긴 스톤헨지를 통해 우리는 과거를 넘어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